7

2019. 05. 22 오후의 기타

나의 정부, 나의 기타 그리운 악마 - 이수익 숨겨 둔 정부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 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 둔 정부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 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시인이 대놓고 불륜을 조장할 리는 없다. 그러면 이 시의 '정부'가 은유하는 상징은 뭘까. "마음 설레게 하고 심장의 피를 뛰게 하는 이 세상의 온갖 매혹적 존재들"이라고 평..

독서노트 2019.06.06

2017.10.19 목요일

​ 2017.10.19 목요일 10:43 생각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지고 맘이 벅차오르는 존재가 있고, 같은 마음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든 곁에서 가까이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행복하다. 아직은 이룬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지만, 그러한 사람을 만나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큰 힘인지. 나는 덕분에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 버둥거리면서도 조금씩 나아갈 수 있어요. 고마워요, EM.

The Sky Project 2017.10.19

2009.01.28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나에게는 꿈인 것이 아줌마에게는 악몽이 되었던 것이다. 로자 아줌마는 꿈이 오래되면 악몽으로 변한다고 했다. 나는 너무 행복해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손 닿는 곳에 있을 때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 하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왜 매일 웃고 있어요? - 나에게 좋은 기억력을 주신 하느님께 매일 감사하려고 그러지, 모모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나는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며 어느 집 대문 아래 앉아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늙었으므로 걸음걸이가 너무 느렸다. "그 때 결혼했으면 오십 년 동안 서로 미워하게 됐을 거예요. 그렇지만 지금 결혼하면 좋아하게만 될 거예요. 서..

독서노트 2017.09.15

2004.09.24 갇힌 새의 운명: 반 고흐

갇힌 새의 운명 ...(중략) 내 안에 무엇인가 있다. 그것이 도대체 무얼까? 그런 사람은 본의 아니게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경우다. 원한다면 나를 그 가운데 하나로 봐도 좋다. 새장에 갇힌 새는 봄이 오면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단지 실행할 수가 없을 뿐이다. 그게 뭘까? 잘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는 알고 있어서 혼자 중얼거린다. '다른 새들은 둥지를 틀고,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운다.' 그리고는 자기 머리를 새장 창살에 찧어댄다. 그래도 새장 문은 열리지 않고, 새는 고통으로 미쳐간다. '저런 쓸모 없는 놈같으니라고.' 지나가는 다른 새가 말한다. 얼마나 게으르냐고. 그러나 갇힌 새는 죽..

독서노트 2017.09.14

2004.06.22 테오에게, 반 고흐

​ 테오에게. 아직 한겨울이니 제발 조용히 작업할 수 있게 내 버려다오. 그 결과가 미친사람이 그린 그림에 불과해도,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제 참을 수 없는 환각도 사라졌고, 악몽을 꾸는 일밖에 없다. 칼륨정제를 복용한 덕분이 아닐까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바로 나를 정신 병원에 가둬 버리든지 아니면 온힘을 다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다오. 내가 잘못했다면 나를 가둔다해도 반대하지 않겠다. 그냥 그림을 그리게 내버려둔다면 약속한 주의사항을 모두 지키도록 하마. 내가 미치지 않았다면 그림을 시작할 때부터 약속해온 그림을 너에게 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나중에는 하나의 연작으로 보여야 할 그림이 여기저기 흩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

독서노트 2017.09.14

2004.06.19 라보엠, 앙리 뮈르제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예술계에 발을 들이는 자들은 예술 그 자체가 존재의 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보헤미안의 길을 필연적으로 걷게 된다. 예술계에서 가장 빛나는 찬사를 받았던 근대 예술가들은 대부분 보헤미안들이었다. 이들은 더없이 찬란했던 영광스러운 시기를 맞이하며 종종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물론 그 중에는 그 시절을 애석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예술가들은 초록빛 언덕을 오르던 젊은 시절, 스무 살 남짓되는 나이에는 용기라는 재산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음을 기억할 것이다. 그 용기라는 것은 바로 젊은이들의 덕목이었고 희망이라는 것은 가난한 이들이 꿈꾸는 유일한 재산이었다. 보헤미안이 된다는 것은 바로 진정한 예술가가되기 위한 수련의 길과도 같은 것이며,..

독서노트 2017.09.14

후회하는 삶

어느새 유월이다. 2017년이라는 글자가 아직도 낯선데 이 해의 반이 지나가려 한다. 올해가 시작하자마자 올해도 다 갔구나 라고 내뱉긴 했지만 이거 뭐, 정말 순식간이다. 아, 다시 못 올 2017년이건만 흥청망청 써 버리는 데는 최고로구나. 선택을 해야했다. 일상이 선택이다만-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커피는 라떼를 마셔야할까 아메리카노가 좋을까? 내가 쏟아버린 시간이 흘러가 말라버린 것을 본다. 과거에 사는 사람이 되고싶지는 않은데, 삶이란 스스로를 옛 기억에 집어넣곤 한다. 그리운 것이 많아 아픈 시간들. 용감했기에 지금이 두려운 시간들. 조금 더 어렸을 때에는 선택이라는 것에 별 생각이 없었다.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무조건 해야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적어도 언젠가의 나는 조금은 더 열정적이..

201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