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004.06.22 테오에게, 반 고흐

merciel_ 2017. 9. 14. 12:19



테오에게.
아직 한겨울이니 제발 조용히 작업할 수 있게 내 버려다오.
그 결과가 미친사람이 그린 그림에 불과해도,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제 참을 수 없는 환각도 사라졌고, 악몽을 꾸는 일밖에 없다.
칼륨정제를 복용한 덕분이 아닐까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바로 나를 정신 병원에 가둬 버리든지
아니면 온힘을 다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다오.
내가 잘못했다면 나를 가둔다해도 반대하지 않겠다.
그냥 그림을 그리게 내버려둔다면 약속한 주의사항을 모두 지키도록 하마.
내가 미치지 않았다면 그림을 시작할 때부터 약속해온 그림을
너에게 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나중에는 하나의 연작으로 보여야 할 그림이 여기저기 흩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래서 그 그림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는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으마.
안되면 내영혼을 주겠다.
- 1889년 1월, 빈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