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sie Life 14

2015.1.25

​ 저 길에서는 기뻤고 이 길에서는 슬펐고 저 길에서는 즐거웠고 이 길에서는 좀 아팠어 하지만 결국 어느 길에서든 나는 꽤 많이 행복했던 것 같아 함께 걸으며 난 항상 웃고 있었으니까 생각보다 추억이 많고 생각보다 나눈 게 없고 꺼냈던 말과 마음은 충분했는지 못다한 말과 행동은 언젠가도 그대로일지 추억이 벌써 이곳저곳에 뚝뚝 떨어져 쌓여 그리울 거야 좀 많이 계절이 바뀌고 색이 바래도 풍경이 바뀌고 마음이 변해도 행복했던 기억은 그대로일테니까 여러가지 그대로 간직할테니까 언젠가 어느 곳이든 다시 같이 걸어요 좀 더 많이 웃으며 좀 더 많이 나누며 고마워. 네가 다 지나간 자리.

Aussie Life 2018.01.25

2012.03 유학을 준비하며

나는 2006년에 호주로 워킹을 떠났었다. 참 잘 먹고 잘 놀고 잘 지냈었지만, 호주에서 어떻게든 정착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호주가 그리워서 다시 오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호주를 떠날 날이 가까워졌을 때에는 비지니스 비자 제의도 받았고, 호주 갈 때 그렇게 반대하던 엄빠도 너가 좋다면 더 지내다 와도 좋다고 했었다. 그러나 나는 호주는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올 수도 있겠지만 향후 10년 안에는 전혀 계획에 없을, 이제 지난 이야기로 담아둘 장소. 하지만 4년쯤 지나서 호주에 다시 와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은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Never say "never"」라고 했던가. 살아가며 배우고는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여튼, 그래서 나는 영주권을 ..

2015.08.14 구원의 시간

​ 못되고 예쁘지 않은 마음이 예쁘지 않고 못된 마음을 만나서 두 배 열 배로 더 못되고 예쁘지 않아진다. 좋은 것만 떠올리고 싶다. 종이 한 장의 양면에 긍정과 부정이 쓰여있고 부정이라 써 있는 페이지를 뒤집는 것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 맛있는 계란요리 향기롭고 따쓰한 커피 짜르르 소리가 날 것처럼 빛나는 바다 구원은 셀프로 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당장은 누군가가 너무나도 필요한 시간.

Aussie Life /Part 2 2017.09.15

2006. 04.24 호주를 향하여

나는 2006년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었다. 내가 처음 도착했던 도시는 멜버른이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1. 내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했던 친한 미국인 친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너는 멜버른이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했고(내가 그 친구를 좋아했었기에가 가장 큰 이유였을 듯ㅋㅋ) 2. 호주 멜버른 출신의 똘끼 충만한 포토그래퍼 친구가 있었고 3. 이름이 맘에 들어서 였다. 그 이외에 내가 멜버른이라는 도시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전~혀 없었다. 어디에 위치했는지 날씨는 어떤지 일자리는 어떤지 알 지도 못했고 알 생각도 없었다. 게다가 멜번에 도착하면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도 뭣도 아무것도 준비한 것 없이 덜렁 멜번 공항에 도착했는데, 당시 9.11 테러 이후 세계적으로 까다로워진 보안 검색대..

2016.02.09 인성

최근에 느끼는 것들이란, 1. 인격과 마찬가지로 인성이란 일단 한 번 형성되고 나면 변형 또는 수정이 어렵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 하며, 외부자극또한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 그러므로 자신이 안고 갈 수 있을 만한 인성이 아니라면 그 사람 또는 그 부분은 삭제해 버리는 것이 현명. 2. 인성은 괴로운 시기보다 편안한 시기에 더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타인으로부터의 호의나 예의를 어떻게 반사하느냐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주므로. 감사함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아도 감사한 존재를 하찮게 여기는 사람의 인성이란 딱 그만큼 하찮기 마련. 3. 그래서 삶에서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란 굉장한 인연이고 축복이다. 그리고 그것을 상대가 똑같이 느낀다면 그만한 행복이 또 있을..

Aussie Life /Part 2 2017.09.14

2006.06.17

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을거에요. 마크툽, 내가 만일 당신 신화의 일부라면, 언젠가 당신은 내게 돌아올 거에요. 산티아고에게, 파티마. 우리가 서로의 신화의 일부라면, 애쓰지 않아도 안달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아도 언젠가 먼 길을 돌아서라도 다시 만나게 되겠지.

Aussie Life /Part 1 2017.09.13

_

무모함이 반짝이는 내가, 지나치게 과격해서 곤란하기도 한 내가, 정작 한 발만 내딛으면 되는 용기에는 머뭇거림이 있는 듯 하다. 머뭇거림인지 귀찮이즘인지 자포자기인지.. 이번 학기는 조금 단단하게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여리여리 야들야들 상추같음. 배추속처럼 단단해져야지 싶다가도! 상추가 뭐 어때서 깻잎이랑도 잘 어울리고! 한 포기가 마치 꽃처럼 예쁘고!! 내 심장이 뛰는 만큼, 반응하는 만큼 한껏 마음을 쏟을 수 있기를. 하고 싶은 모든 것들에- 바라는 모든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풍부히 즐길 수 있도록-

Aussie Life /Part 2 2013.03.30

열정과 변덕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양귀자, 모순 때론 쓸 데 없이 체험하고 쓸모없이 소모하는 느낌도 든다만, 겪어야 지나가고 맛봐야 맛있는 거 알고 맛없는 건 안 먹는다. 똑바로 마주해야지만 인정할 수 있고 그래야 이 감정이, 이 충동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으니. 양념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삼계탕, 백숙, 불닭, 닭도리탕, 치킨까쓰...등만 먹으며 애태우다 드디어 양념치킨을 먹었는데 한 두 조각 먹고 됐다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지금 이 때'에 '이렇게 하는 것'. 열정과 변덕 중 더 오래 가는 건 변덕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결같음과 한결같지 않음의 ..

Aussie Life /Part 2 2013.03.21

지나간 것은 모두 그리움이 되나니

감정의 동요가 전혀 없는 게 좋을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정점과 최저점을 오갈 수 있는 게 좋을까 스치는 향내라든가 풀잎 하나가 도화선이 되지 않더라도 그리움이란 늘 예고없이 밀어닥치는 것이기에 흘러내리는 시간들이 잔잔했던 기억의 물결위로 쏟아져 내리는 거겠지- 며칠 전의 바다가 3년 전의 화구박스가 10년 전의 오래된 건물들 사이의 좁은 길이 10년도 더 전의 기타가 하나씩 포개어지는 그래서 더욱 거대해지는 그리움들 ..이, 모든 것이 다 소중하다.

Aussie Life /Part 2 201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