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sie Life /Part 1_Working Holiday

2006. 04.24 호주를 향하여

merciel_ 2017. 9. 15. 19:25

나는 2006년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었다. 내가 처음 도착했던 도시는 멜버른이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1. 내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했던 친한 미국인 친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너는 멜버른이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했고(내가 그 친구를 좋아했었기에가 가장 큰 이유였을 듯ㅋㅋ)


2. 호주 멜버른 출신의 똘끼 충만한 포토그래퍼 친구가 있었고


3. 이름이 맘에 들어서


였다. 그 이외에 내가 멜버른이라는 도시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전~혀 없었다. 어디에 위치했는지 날씨는 어떤지 일자리는 어떤지 알 지도 못했고 알 생각도 없었다. 

게다가 멜번에 도착하면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도 뭣도 아무것도 준비한 것 없이 덜렁 멜번 공항에 도착했는데, 당시 9.11 테러 이후 세계적으로 까다로워진 보안 검색대 통과때문에 이미 지쳤던 나는 도착장을 나오자마자 멍~ 한 상태였다. 그제서야 생각해보니 목포에 간다 치더라도 목포 어떤 동네로 가야 젤 맛있게 먹고 신나게 놀 수 있을지를 모르는 것과 같던 것이었다. 뭐, 몰라도 상관은 없는 거지만 멜번이 크기는 컸다...


때마침 공중전화가 보였는데, 문득 멜번에 오면 연락하라던 오빠가 생각났다. 오빠는 멜번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일단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 도착했어영 호주 굳, 여기 멜번 공항."

"스펜서 역으로 온나~"


대충 빨간 버스를 타고 스펜서 역에 내려서 백팩을 고르려 했는데 짐은 무겁고 백팩은 보이지 않아서 홀리데이 인 호텔을 잡았다.

아, 진짜. 워킹의 시작을 이렇게 시작하다니. 당시 150불 정도(=11,2만원) 였을텐데, 가격보다도 뭔가 "멋지고 쿨한" 백배커로서의 시작을 제대로 하지 못 한 것 같아 언짢았었다. 하지만 일단 방에 들어가 안락한 침대를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은 홀랑 다 사라져버렸다. 그래, 편한 게 장땡이지 뭐! 


방에 짐을 두고 오빠를 만나 커피를 한 잔 하며 그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자유였다. 뭘 하든 맘대로 할 수 있었고 뭘 안 해도 됐다. 그렇지만 일을 빨리 하고 싶었다. 당시 내 영어는 꽤 괜찮은 편이었고, 자신감도 있었으며,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일을 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나는 적당한 돈만 들고 갔었다. 처음에는 정말 50만원만 가져가 볼 생각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150정도를 들고 갔다. 일 그까이 거 며칠 안 에 못 구하겠는가! 하는 호기로운 생각으로. 그러나 이 생각은 이내 곧 절망으로 바뀐다..ㅠㅠ



(2006년 5월의 플린더스 역)


그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호주로 워킹을 오는 사람들의 목적 또는 목표는 크게


1. 돈을 벌어 하고 싶은 곳에 쓴다(대부분 호주/뉴질랜드 여행이나 필리핀 연수, 한국에서의 정착금)

2. 영어 실력 향상 

3.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호주를 즐긴다


세 가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3번이 목표고 목적이었다. 호주에서 또라이같이 살고 싶었다. 그렇게 살았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떠날 때에는 성실한 마음으로 충만했으나 지내면서는 적당히 게을렀다. 그래서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다.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에 실패한 워킹일 수도 있지만 나는 호주에 있는 9개월간 정말 잘 지냈고 나날이 행복했었다. 목표는 삶을 이끄는 방편이지만, 그것은 도착 지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여정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정답이 없는 문제고, 100명에게는 100가지의 다른 삶이 아니라 200가지 이상의 삶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장 자신에게 솔직한 모습으로 행복하면 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