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것들 3

2015.1.25

​ 저 길에서는 기뻤고 이 길에서는 슬펐고 저 길에서는 즐거웠고 이 길에서는 좀 아팠어 하지만 결국 어느 길에서든 나는 꽤 많이 행복했던 것 같아 함께 걸으며 난 항상 웃고 있었으니까 생각보다 추억이 많고 생각보다 나눈 게 없고 꺼냈던 말과 마음은 충분했는지 못다한 말과 행동은 언젠가도 그대로일지 추억이 벌써 이곳저곳에 뚝뚝 떨어져 쌓여 그리울 거야 좀 많이 계절이 바뀌고 색이 바래도 풍경이 바뀌고 마음이 변해도 행복했던 기억은 그대로일테니까 여러가지 그대로 간직할테니까 언젠가 어느 곳이든 다시 같이 걸어요 좀 더 많이 웃으며 좀 더 많이 나누며 고마워. 네가 다 지나간 자리.

Aussie Life 2018.01.25

2004.09.24 갇힌 새의 운명: 반 고흐

갇힌 새의 운명 ...(중략) 내 안에 무엇인가 있다. 그것이 도대체 무얼까? 그런 사람은 본의 아니게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경우다. 원한다면 나를 그 가운데 하나로 봐도 좋다. 새장에 갇힌 새는 봄이 오면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단지 실행할 수가 없을 뿐이다. 그게 뭘까? 잘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는 알고 있어서 혼자 중얼거린다. '다른 새들은 둥지를 틀고,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운다.' 그리고는 자기 머리를 새장 창살에 찧어댄다. 그래도 새장 문은 열리지 않고, 새는 고통으로 미쳐간다. '저런 쓸모 없는 놈같으니라고.' 지나가는 다른 새가 말한다. 얼마나 게으르냐고. 그러나 갇힌 새는 죽..

독서노트 2017.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