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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랜만에 들른 부모님 집에는 부모님이 없다.제법 괜찮은 나의 기억에 의하면 우리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의 여행을 함께 했고,오롯이 두 분이 여행한 것도 신혼여행이 전부일 터. 이번 여행도 친구분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지.그리고 나는 지금 반쯤 여행온 기분이다.언젠가 엄마는 아쉬워했다.내가 좀 더 어릴 때 자주 같이 이곳 저곳을 다니지 못했던, 아니, 않았던 것을.아빠는 아무말 하지 않았지만, 엄마와 같은 생각이란 것을 모를 수 없었다. 가끔은 생각한다. 어딘가로 숨어버릴까.풀 보고 물 보고 하늘 보면서 살게.그리운 것이 많아질수록 나이가 들었음을 알고,그리운 것이 많아질수록 아직 젊음을 안다.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익숙하게 여기고가 보지 못한 곳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나는 아직 집을 찾지 못해서일까..

2018.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