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019. 06. 21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merciel_ 2019. 7. 3. 16:41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면..., 사실 그게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그 후 몇 달 동안 나는 사방에서 부딪혔다.
마음 둘 곳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데나 툭툭 부딪혔다. 아프면 아플수록.
나는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 즉 열심히 살아가는 척 스스로를 속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침이면 일어나 머리가 멍해질 때까지 일을 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먹고
때로는 동료들과 맥주도 마시고 가끔은 형들과 호탕하게 웃어젖히기도 했지만,
그 시절 만약 누군가 내 비위를 조금만 건드렸어도 나는 그대로 폭발하고 말았을 것이다.

오늘 그녀가 우는 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이다.
삶이 그녀에게 덤벼들고 있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속을 후련하게 풀어내기 위해서 이렇게 우는 거라고.

<그 후로 오랫동안 - Pendant des années>

 

 

살면서 예측 가능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해서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
별것도 아닌 뭔가가 왜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뭔가가 되어버리는지
우리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내 인생도 비둘기빛 실크 백오십 그램 때문에 확 달라져 버렸으니.

나는 카페테라스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듬뿍 받으며 생맥주를 마셨다.
때는 6월 16일 정오 무렵, 날씨는 화창하고 인생은 아름다웠다.

사라 브리오가 내 집에 들어섰다. 햇살처럼 눈부신 모습으로.

<클릭 클락 - Clic Clac>

 

오래전 읽고 잊고 있다가, 문득 두어번 다시 읽게 된 안나 가발다의 데뷔작.
원서로 읽겠다고 빌려두고는 넉넉했던 대출 기간에도 불구하고 한 에피소드를 끝내지 못했던 추억.
그 때의 내 마음이 너무나 어지러워서였다고, 도서관 창 밖의 풍경이 나를 홀려서라고 변명해보지만
돌아보면 아쉬웠던 순간중의 하나-원서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던 것-이다.

그 때에도 지금도 어딘가에 부딪히고 있는 나의 마음이
따뜻한 어딘가에 부딪혀 쉬어갈 수 있기를,
어딘가에 부딪히고 있을 지 모르는 당신의 마음도
충만하게 닿아서 편안해질 수 있기를.

Je voudrais que quelqu'un m'attende quelque part/ Anna Gavalda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