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018. 3. 12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merciel_ 2018. 3. 16. 01:23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시로야마 사부로 

そうか、もう君はいないのか, 城山三郎, 2008

(그런가, 더는 너는 없는것인가) 



한국어판 제목이 원제와 사뭇 다르다.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라는 제목이 애틋해서 빌린 책이다.

이 책은 2007년 세상을 떠난 작가의 둘째 딸이 원고를 모아 낸, 작가보다 일찍 세상을 뜬 아내와의 삶을 적어내린 이야기다. 

원제는 작가가 이제 없는 아내를 부르다가 이내 곁에 없음을 알 때의 탄식이다. 

그러고 보면,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더는 없음을 알게되는 것이니 사뭇 다르지 아니한 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건, 애틋한 건 매한가지이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요정. 

책을 좋아하는가 싶었지만 사실 땡땡이를 친 고등학생이었던 아내. 

만남을 시작했던 둘은 아내 요코의 아버지의 반대로 한동안 절교상태로 놓였으나,

수 년만에 둘은 우연히 클럽에서 재회하게 된다. 

작가의 어머니의 화통함으로 둘은 곧 결혼하고, 소소하다면 소소한, 거대하다면 거대한 일상을 함께한다. 

작가의 눈으로 좇는 아내는 조금 엉뚱하기도 하고, 맑고, 조용하면서도 활발한 사람같다. 

그런 아내가 어느날 암에 걸리고, 아내는 수술도 항암도 거부하고 삶을 살다 작가의 곁을 떠난다.

그래서 였을까. 원서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문체는 잔잔하고 아프다. 


부부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우리는 살아가며 삶 속에서 누군가를 멀리 보내게 된다.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질 것 같지 않는 일.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지만 그것이 조금 더 천천히, 늦게 오기를 바라게 되는 일.

내가 남기고 가는 무게 또한 누군가에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일일 것이다.

그런 무게가, 누구나 지고, 남기는 그 무게가 우리의 삶이고 누군가와 함께 했던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저울에 올릴 때에는 모르지만, 올리고 나서는 아픈.



인생의 전환점을 돌아 부부가 단둘이 있게 됐다는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어떻게 생각하면 무척 독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젠가 단둘이 있는 것에도 익숙해 질 때쯤 결국 영원한 이별도 찾아오리라. 


매섭게 차가운 파란 신호등. 아내는 떠났다. 메모광인 아버지의 수첩에 '그날'의 빈칸에는 이 한 구절만이 적혀 있었다.

- 2장, 작가의 에세이를 정리하며,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