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merciel_ 2018. 11. 14. 00:34

시장에 가끔 간다.

가기 전까지는 사고 싶은 게 많다.

막상 가서는 잘 모르겠다. 

감자를 들었다 놓고 양배추를 잡았다가 놓고.

돌아오면 이따금 잊어버린 것이 있다. 

돌아오면 이따금 아쉬운 것도 있다.

쳐다보니 옛 생각이 나는 것들도 있다.


시장에 가끔 갔었다. 

엄마 손을 잡고 갔었나 손을 놓고 갔었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때 무엇을 샀었는지도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시장에서 가끔은 엄마가 순대를 사 주었었다.

내가 혼자 처음 먹었던 음식이 무엇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도

처음으로 순대를 먹었던 기억은 꽤나 생생하다.

시장 길목에는 순대가게가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엄마가 순대나 먹을까, 했다. 

그러나 이내 곧 멈추고 나에게 순대를 먹을 수 있겠냐고 물었었다.

응응, 먹을 수 있어. 먹어보지도 못했으면서 자신있게 대답했다. 

처음 먹었던 순대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또는 맛없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초록색 플라스틱 분식접시에 놓인 순대와 어이구 얘가 이걸 어떻게 먹네?하며 웃던 엄마는 선명하다.


순대라고는 입에 대지도 않던 아빠가 올해 초부터 순대국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먹어보니 꽤 괜찮다던 아빠의 이야기에 괜히 웃음이 났다.

어느 순간까지는 내가 못 먹어본 것이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나만 먹어본 것이 많아진 것 같다.

언젠가 처음으로 엄마랑 손잡고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은 적이 있었다.

익숙한 장소에서의 낯선 경험. 

엄마는 나랑 조금 더 자주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을까.


미안한 게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