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008.12.18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merciel_ 2017. 9. 15. 03:15


​(사진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포스터)



우리 둘 중의 하나가 장난을 치면 다른 사람은 고통을 받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두 사람 다 상대방이랑 함께 있으면 좋다고 말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 아니에요?
-그런데 왜 지금 그 얘기를 하느냐니까?
그건 말이에요, 이따금 당신이 우리가 얼마나 큰 행운을 누리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에요.



행복이 찾아왔었는데, 나는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것이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었어. 너무나 간단했는데, 손을 내밀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 다음 일은 어떻게든 해결될 수 있는 거였는데 말이야. 행복하기만 하다면, 나머지 일은 어떻게든 해결되기 마련
아니겠니?



2005년 11월, 친구의 생일에 읽어본 적도 없는 이 책을 단순히 제목이 맘에 드는 이유로 선물을 했었다. 친구는 책을 무척 맘에 들어했었고, 나는 맘에 들어한다니 좋구나 하고 말았다. 언젠가 나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때까지는 3년이 걸렸다.

이 책은 애인과 함께하기 위해 떠난 남편의 아내, 클로에를 위로하고자 찾아온 시아버지, 피에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젊었을 때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던 이야기를 클로에에게 들려준다. 뭐야, 불륜이야기인가. 이런 책이 맘에 들었었다니 친구는 무슨 생각이었지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 이야기도 맞지만, 책을 다 읽었을 때 느낀 나의 소감은 사랑이나 불륜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젊은 시절 어느 날 피에르는 딸아이와 바게트를 사러 빵집에 간다. 갓 구운 바게트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딸아이는 바게트의 꼬다리가 먹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피에르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집에 도착해서 식사시간에 먹으라고 한다. 집에 돌아온 피에르는 바게트를 썰어 꼬다리를 딸아이에게 준다. 그는 약속을 지키려 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딸아이가 거절을 한다.

"하지만 먹고 싶다고 했잖니?"
"아까는 그랬어요."
"같은 맛이란다."
"괜찮아요. 됐어요."

지금 그 순간이 아니면 안 되는 것들. 그 때가 아니면 다르게 느껴지는 것들. 이 때 반드시 해야하는 것들. 심장이 요동치며 말하는 것들을 따르기 위해서는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한 발자국이란 무거운 것이다. 그래서 그 한 걸음을 신 포도로 생각하거나, 행동해 보았자 달라질 것이 없으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행동의 의미를 찾기보단, 변명이나 핑계를 찾기도 한다. 물론 두려워서, 게을러서, 상황이 아니라서, 절실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가 꼭 용기부족으로 치환되지는 않는다. 사실 용기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를 뿐이다. 그리고 용기는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진정 아무나 가진 것은 아니다. 마음이 이끄는 곳을 항하여 내딛는 한 걸음- 그 한 걸음의 용기는 분명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비록 그 용기가 우리를 늘 행복으로 이끌지는 않을지라도, 강렬한 순간의 마음에 충실한 용기의 축적은 결국 삶을 행복의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