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은 질문 642] 쓰기

56. 노벨상을 받고 싶은가, 록스타가 되고 싶은가?

merciel_ 2020. 5. 24. 18:19

장난해요? 록스타가 되고 싶죠! 에이,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

좀 더 화끈해야 하지 않을까요? 씨발, 당연히 록스타지! 이렇게. 어머, 내가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안 된다고 누가 그래요?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거죠?

그냥... 사람들이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이란 건지 모르겠네. 그렇지만 이봐요, 더한 말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이 하는 상스런 말을 실뭉치로 만든다면 못돼먹게 생긴 모자도 뜨고 두툼한 외투도 짜고 양말도 수 켤레는 만들 걸요. 아주 그냥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무장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런가?

그렇고 말고.

그런 못된 말을 서슴지 않게 하고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나도 그래도 좋다는 법은 없잖아요.

그건 누가 정하는데요? 

사람들? 

옘병, 누가 들으면 나는 짐승인 줄 알겠네. 그런데 말이에요, 왜 "씨발, 당연히 록스타지!"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는 거예요? 그게 화끈하다고?

왜 그렇잖아요. 록스타라고 하면 자유롭고, 거칠고, 순수하고, 본능적인 거.

록스타 만나봤어요? 

아뇨. 

그런데 어떻게 그럴 거라고 생각할까?

봐 봐요. 짐 모리슨, 시드 비셔스, 갤러거 형제... 아주 찰지다고요. 

실제로 본 적도, 대화해 본 적도 없지만 보이는 것으로 유추했을 때 그러할 것이다.

그렇죠.

편견이네.

편견이라고요? 내가 그 사람들이 나쁘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 

이중적이네. 

뭐라고요? 

사람들이 욕설을 내뱉는 것은 싫지만 록스타가 욕하는 것은 괜찮다? 혹시 싫어하는 사람에게 맘껏 욕설을 퍼부어주고 싶어서 록스타가 되고 싶은 건 아니죠?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아이고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질러요?

당신이 화가 나게 만들었잖아요!!

내가 뭘 했다고. 

아 씨발 진짜. 

오, 욕도 하네요 이젠? 누구는 해도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법은 없어요. 특정한 누군가가 욕설을 지껄인다고 해서 그게 더 상스럽다거나 혹은 덜 싸구려처럼 보이지 않는 법도 없고요. 다 끄집어내요. 표현일 뿐이야. 아, 노벨상이냐 록스타냐 이야기하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요 이런. 왜 록스타가 되고 싶은 거예요? 

시간과 공간에 남기는 강렬한 흔적 때문이에요. 노벨상은 흩어지죠. 노벨 문학상, 평화상, 과학상...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옮겨지고 나면 "그 사람 노벨상 받았었지? 그런데 무슨 노벨상이던가?" 하며 기억을 더듬을 테죠. 하지만 록스타는 그냥 록스타잖아요. 다른 수식어나 설명이 없어도, 무엇으로 상을 받았다라는 서사가 없더라도, 어떤 작품에 갇히지 않더라도 그냥 그대로 록스타로 살고 록스타로 죽고 남겨질 테니까요. 난 그게 좋아요. 화려한 조명 속에서 터져버릴 것 같이 소리를 지르는 것도... 내 음악에 신이 나든 그날의 기분에 신이 나든 맘껏 소리 지르고 춤추고 열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어요. 감정이 너무 벅차올라 폭발하는 것을 느껴보고 싶어요. 어떤 기분일까요, 내 앞에 펼쳐진 다양한 에너지의 물결을 마주하는 기분은? 내가 만든 음악이 퍼져나가고 나의 연주가 스며드는 기분이? 나는 그래요. 느껴보고 싶어요. 그런 울림... 그런 환희와 열정... 가끔씩 상상해보지만 사실 상상도 안 돼요.

록스타... 록스타라. 좋네요. 사실 우주최고같아. 나한테도. 어이쿠, 시간이 이렇게 됐네. 자, 가요. 가서 술이나 마시고 음악이나 들어요. 세상 아름다운 술과 음악 그리고 이야기를 나눠요. 이 밤 속으로 가득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