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은 질문 642] 쓰기

605. 문장의 첫 글자가 모두 다른 이야기

merciel_ 2020. 5. 23. 01:23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GROTTO]

 

605. 문장의 첫 글자를 모두 다르게 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라. '가'부터 시작해서 '나', '다', '라'...'하' 순서로 문장을 시작하는 거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문득 생각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은 모두-각자 그 나름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겠지만-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싶어하는 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라면 한 봉지조차 제가 면과 스프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거다. 마음이 어지러워지다 온 정신이 아득해진다. 바람이 불어오니 그 마음 더욱 더 어지러워진다. 사는 것이 꿈처럼 느껴진다. 아직, 아직이다 시간이 있다 속삭여보지만 붕 뜬 정신과 초조함은 자꾸만 저 먼 곳으로 마음을 데려간다. 자아를 찾는다는 것은 결국 뜬구름잡는 소리일 뿐이다. 차라리 길거리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지 모를 지폐 한 장 찾는 것이 쉬울 게다. 카니발이 시작되는 소리가 들린다. 하염없이 소리를 따라 걸어보지만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 의식의 흐름이 이렇게 하찮습니다. 

- 그동안 너무 오래 읽지 않고, 쓰지 않고, 생각하지 않았구나.

-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처럼 살라고도 하지만, 그 공이 튀어가고 싶은 곳을 정확히 알면 바람은 덜 빠지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