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018. 1. 29 One mile closer, James Hooper

merciel_ 2018. 1. 30. 02:23

2015년 8월 출간!




오랜만에 남산도서관과 용산도서관을 들러 욕심껏 책을 담아왔다.

욕심이 있다고 책을 깊고 즐겁게 읽는 것도 아닌데, 왜 도서관에 가서 책만 보면 가득 담아서 구불구불한 그 길 창밖을 바라보며 오고 싶을까. 

빌리고 싶던 책들을 집어들고 돌아서다 문득 일전의 "원 마일 클로저"가 생각이 났다.

손쉽게 책을 찾고선 띄엄띄엄 앉아서 책과의 시간에 빠져드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원 마일 클로저"는 제임스 후퍼의 온화하게 열정적인 삶이 닮긴 에세이이다. 

쉽게 읽힌 책이지만, 깊게 들어오고 오래 머무른다. 


이 책에서 제임스가 쏟아낸 이야기들은 평범하고도 특별하다. 제임스의 모험은 자전거에서 시작하였다. 고등학생 시절, 호기심에 들어간 학교 사이클링 클럽에서 그가 얻은 것은 자전거 실력만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해서 힘들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쏟아부었다. 팀별로 자전거를 탈 때에는 뒤쳐져 페달을 밟는 자신이 친구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해 고개도 들지 못했지만 친구들과 담당 선생님은 끊임없이 그를 응원하였고 칭찬하였다. 이후 그는 절친한 친구 롭과 하나씩 모험을 시작하였고, 그러한 크고 작은 모험들이 쌓이고 쌓여 그들은 결국 북극에서 남극까지 42,000키로를 무동력으로 세계 최초로 완주하였다(Pole to Pole). 1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살이 20키로가 빠지고, 죽을 고비도 넘겼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모험 안에서 또다른 모험을 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있어 삶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가장 치열하고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존재의 부재는 어떤 느낌일까. 그 부재가 또 너무 일찍 찾아왔다면. 샤모니 눈 속에서 영원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친구들을 잃고 방황하던 제임스는 새로운 도전으로 한국을 택하였고, 학교에서 지금의 아내분을 만났다. 롭과 앳킨슨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One mile closer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서 모인 청년들이 자전거로 1,000키로를 달리며 모금을 하는 프로젝트다. 위험한 모험을 후원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던 롭의 부모님과, 도전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제임스의 마음을 동시에 움직일 만한 프로젝트가 없었던 탓에, 모금액은 한동안 묵혀둔 상태로 있었다가 우간다에 학교를 설립하는 데에 쓰이게 되었다. 롭의 여자친구가 우간다계였다는 것은 운명같은 우연이었을까. 그리고 이후 이 우간다의 "나랑고"중,고등학교는 제임스의 결혼 전 아내분이 제임스의 그리움을 뒤로 하고 한동안 교사로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이 둘이 함께 있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이 느껴지고 서로를 끊임없이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때론 우주의 법칙처럼 "무언가 그렇게 되기 위해 이어지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 혹은 목적을 잃고 고민만 집어든 나의 일상과 나 자신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책.

친구든 연인이든 이러한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 왔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그런 나의 바람에 크게 바람을 불어넣어줄 사람이 당장 꾸준히 곁에 없다는 핑계로 나의 모험과 성장은 종종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렇게 제자리걸음을 한 생각은, 나에게도 내가 바라던 존재에게도 좋은 생각은 아니었을테다. 혼자하는 무언가도 즐겁지만, 나는 삶은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큰 에너지로 나를 이끌어줄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내가 더 큰 에너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에너지는 순환하니, 바닥이 날 일은 없을테다. 삶속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 남겨두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느 정도 운도 작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내가 절실히 바라고 강하게 행동할 때 일어나는 시너지 효과일 것이다. 






"그는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해낸 슈퍼맨 같은 사람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찬찬히 준비해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간 평범한 청년일 뿐입니다. 그가 모험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사람들은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로, 어쩌면 우리 자신인지도 모릅니다." 

- "원 마일 클로저"를 번역하며, 제임스의 아내분 



사람들이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것을 마치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으로 여기는 것은, 그 벽 바로 아래 서서 위를 쳐다보기 때문이다. ..그 벽 위에 올라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그리고 올라선 이후에도 안심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시작하는 것, 또한 차근차근 계단을 만들어 한 계단, 한 계단씩 높여가는 것이다. 



높은 산을 오를 때 마주치는 위험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위험한 순간을 경험한다. 위험은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위험이 아니면 우리의 삶은 아마 훨씬 더 빈곤했을 것이다. 위험, 그것을 경감하고자 하는 바람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키고 배우려고 노력하게 된다. ... 위험은 어디든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사실 때문에 겁을 먹는 것은 쉽다. 두려움이 우리를 가로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위험요소를 받아들이고 도전하는 것으로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위험요소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대비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고, 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위험요소를 제거하면서 최종적으로 우리는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아무 두려움 없이. 



그렇게 에너지를 다 쓰고 쇠약해진 우리의 몸을 도로 제자리에 뱉어놓으니 꿈을 이룬 사람이 느끼는 환희는 어떤 것일까 상상하던 때와는 너무도 다른 상황이었다. 내 인생 최대의 목표를 이루었지만 오히려 가장 중요했던 것을 잃어버렸다. 그것은 '목표' 그 자체였다. 천진난만했던 우리의 모든 발걸음은 목표 지점에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에만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그 길을 걷는 과정에 얻을 수 있었던 진정한 기쁨을 맛보지 못한 것이다. 



공감해주는 단 한사람, 도움을 주겠다는 그의 약속은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머릿속 상상으로만 머물렀던 꿈을 현실세계로 끄집어냈다. 누군가에게 나의 꿈을 공개하는 것, 그것은 상대를 향해 잠겨 있던 문을 열 뿐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나 자신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주는 일이었다.



나는 갈림길의 연속인 삶 속에서 적극적인 결정을 내리며 살기를 원한다. 주변의 기대치에 맞추려고 시간을 낭비하지도, 물질적인 것을 좇다가 인생을 낭비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길과 가야만 하는 길 사이에 타협점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다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죽는 순간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시도조차 안 했다'는 생각이 드는 일은 더욱 끔찍하지 않을까. 결국 이 삶을 다 살고 난 뒤 남는 것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당신이 살면서 해온 일들 말고 무엇이 더 있을까. 



삶은 자신이 선택한 모습 그대로 나타날 뿐이다. ..나는 롭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그들이 행복을 찾으려는 시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부모, 자식, 친구를 평가하고 판단하며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길 바라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들이 곁에서 사라진다면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데도 말이다. 지금 당신 곁의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응원하고, 아낌없이 사랑하길 바란다. 

'롭'이란 사람의 삶은, 내게 찾아오는 기회들을 잡을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신랄하게 알려주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형제와 같은 친구를 잃고 나서 깨달았다. 이 사실과 함께 언젠가 만나게 될 이 순간을 두려워하기보다, 삶이 유한하다는 자연의 이치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살아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한 사람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것은 때로는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를 더 행복하게 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두려움과 맞설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사람. 내게 행복을 찾는 방법을 몸소 보여준 사람. 내게 그 사람은 바로 다니인 것이다. 내가 집으로 돌아갈 때, 그곳에는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 있다. 나는 그 외에는 바랄 것이 없다. 



당신의 한 발이 나머지 한 발 앞에 놓일 수만 있다면 원하는 곳 어디든 다다를 수 있다. 

- 탐험 중 고인이 된, 제임스의 오랜 친구 롭 건틀렛